커뮤니티 공지

Q ADHD채팅방을 만든 이유가 무엇인가요

k woo 2024. 6. 6.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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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ADHD관련된 오픈채팅방을 만들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책을 쓰기 위해서 방을 운영하는 걸까요?

kwoo: 지백이 커뮤니티가 탄생한 지 벌써 만 4년이 지났습니다. 어느덧 5년차에 접어들며 대화방 1000명, 공지방 500명, 자기계발방 300명 그리고 운영진방 10명까지. ADHD관련 단일 주제로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가장 큰 규모입니다. 
방을 개설한 이유가 명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뚜렷한 목적이나 이유 없이 '그냥'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5년전의 저는 지금의 저보다 젊고 열정적이었고, 저와 같은 고민으로 방황하는 ADHD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책을 내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글 쓰는 재주도 없었고, 글을 쓰면서 곤욕스러웠던 기억 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많은 사람이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저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ADHD인이 조언을 필요로 할 때마다, 위로와 공감을 넘어 과거의 저에게 살이 되고 피가 되었던 조언을 떠올리며 진심을 담아 답변했습니다. 때로는 직설적이어서 아프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없는 말을 하거나 불편한 말을 좋게 포장하기 보다는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 역시 힘들었을 때 저를 변화시킨 건, 조금 불편하더라도 진심과 진정성이 담긴 메시지였기 때문입니다. 듣기 좋은 말보다는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게 해주는 조언들이 제 안에 오래 남았습니다. 물론, 그렇게 말하는 저 역시 마음이 불편할 때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듣기 좋은 말을 하기 위해서 채팅방을 운영하며 귀한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적어도 과거의 저, 그리고 미래의 자녀에게 해줄 수 있는 진솔한 조언을 해주는 게 옳다고 믿었습니다.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두 가지를 깨달었습니다. 첫째,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은 바뀌어도 비슷한 고민이 반복된다는 것. 둘째, 시간이 흐르면서 이 비슷한 고민에 대한 저의 조언 방식이 점점 부드럽게 달라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만 4년이란 세월을 그렇게 길다고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결혼을 하고 어린 자녀가 생기니 마음이 말랑말랑하게 변한 탓인지, 예전처럼 직설적인 조언보다는 따듯한 공감과 함께 조언하게 되었습니다.
열정 가득한 청년들에게 필요한 조언은 어쩌면 헝그리 정신이 곁든 직설적인 조언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조금이라도 젊은 나일 때의 생각을, 글로 남겨둬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렇게 블로그에다가 주기적으로 글을 남기던 중, 인터넷의 어떤ADHD인이 쓴 글을 보고 출판을 결심하게 되었지요. (자세한 이야기는 지백이 1권의 에필로그에 있습니다.)

글을 쓰는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글쓰기에 머리카락을 뽑는 행동 틱이 도질 정도였고, 괜히 시작했나 후회하기도 했습니다. 아내, 친구, 주치의 등 저를 아끼는 사람들은 안정적인 전문의가 된 후에 책을 쓰는 게 어떻겠냐고 조언했습니다. 그러나 지금보다 나이가 들고 여유가 생긴 후에 책을 썼다면, 지금과 다른 내용을 담은 책이 되었을 겁니다.
만약 제가 책을 쓰기 위한 목적으로 대화방을 만들었다면, 혹은 제가 그렇게 계획적이고 생산적인 사람이었다면, ADHD인들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했다면, 지백이 1권은 지금처럼 많은 사람을 받는 책이 되지 못했을 겁니다. 
ADHD지피지기백전불태가 누군가의 삶을 바꾸는 그런 책이 될 수 있던 것은, 여러 우연과 주변의 많은 도움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저의 선택으로 인해 희생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언제까지나 마냥 하고 싶은 대로 살 수만은 없습니다. 인생은 예측할 수 없기에, ‘지백이 2권 관계편’이 출간될 수 있을지, ADHD지백이 대화방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지금 여기’에 집중하며 하루하루를 즐겁고 의미 있게 보내려고 노력합니다. 지나고 나서 돌아봤을 때, 후회 없는 선택과 괜찮은 삶의 여정이었다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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