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선택이 아니라, 적당히 괜찮은 선택이 진짜 최선이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선택의 순간을 마주한다. 그때마다 본능적으로 가장 완벽한 선택을 찾아 헤매게 되곤 하는데, 특히 ADHD인이라면, '최고의 선택', '가장 적절한 타이밍', '가장 준비가 잘 된 상태'를 기다리느라 현재 해야 할 일을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하곤 한다. 나 역시 이러한 경험이 많았고, 그 순간들이 결국 내 삶에 크고 작은 혼란과 어려움을 만들었다.

그런데 반대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너무 완벽하게 보이는 선택이야말로 사실 가장 조심해야 하는 함정일 수 있지 않을까.

왜냐하면 어떤 옵션이 지나치게 매력적이고 완벽해 보일수록 우리는 감정적 흥분이나 순간적인 욕구에 가려진 중요한 리스크를 놓치기 쉽다. 당장 최고의 만족감을 주는 선택처럼 보이더라도, 당장 가장 좋은 결과를 주는 선택이 최선 같아 보이더라도 장기적으로 반드시 좋은 선택이 아닐 수 있다. 오히려 그 매력적인 모습 뒤에 숨겨진 위험과 부담을 보지 못하게 하는 '착시'와 비슷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ADHD인이 흔히 겪는 최고의 순간과 기회만을 기다리며 행동을 미루는 습관과 최고의 옵션에만 집착하여 현실적인 선택을 회피하는 현상은 같은 뿌리를 가진 문제다. 즉, '완벽한 선택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린다'는 생각 자체가 우리의 발목을 잡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을 차일피일 미루게 만든다. 그 결과 진짜로 좋은 선택이나 현실적인 기회를 놓치게 된다. 그리고 이는 지나고나서 돌이켜봤을 때 비로소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사고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진짜 중요한 선택은 최고가 아니라 ‘충분히 괜찮은 것’을 고르는 일이다. '적당히 괜찮은 선택'은 화려하거나 당장 강력한 만족을 주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며, 무엇보다도 실천하기가 훨씬 쉽다. 이 선택은 우리가 실제로 무언가를 시작하게 만들고, 현실을 조금씩 진전시킨다.

ADHD인에게 특히 필요한 통찰은, 완벽한 타이밍, 완벽한 준비, 완벽한 선택이라는 건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백이 1권을 반복해서 읽은 독자라면 지금 내 말에 대해 십분 공감할 것이라 생각한다. 대신 지금 가능한, 작고 적당한 선택을 하고 바로 실천하는 것이 훨씬 강력한 힘을 가진다. 당장 큰 변화를 만들지 않더라도 작은 실천을 이어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우리의 삶을 가장 크게 바꾼다. 그리고 사실 나는 이 태도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오늘부터라도 무언가 완벽한 상태를 기다리고 있다면 잠시 멈추고 생각해보자. "나는 왜 그 선택을 그렇게 완벽하다고 느끼는가? 내가 놓치고 있는 위험은 무엇인가?" 그리고 한번 더 생각하자. 적당히 괜찮아 보이는 다른 선택이 오히려 더 현명한 결정일 수도 있다는 것을.

완벽한 선택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주어진 상황에서 적당히 좋은 선택을 지금 당장 실천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ADHD인이 삶을 더 잘 살아가기 위한 가장 실질적인 유일한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 이 이야기는 단순히 식사 메뉴를 고르는 순간부터 시작해, 직업 선택, 전공 결정, 인간관계, 그리고 배우자 선택에 이르기까지 삶의 모든 선택의 순간에 적용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