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죄의 말) ADHD외 다른 정신건강의학적 어려움이 있을 때

출판 전에 이 글을 쓸 수 있게 되어서 참 다행입니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고 모자랍니다. 

많은 ADHD분들에게 자극과 도움을 받습니다. 저 역시 더 성장해서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ADHD외 다른 정신건강의학적 어려움이 있을 때

 

“제가 저번 주 모임에 참여해서 강우님 강연을 들었습니다 ADHD외에 다른 병들이 좀 있는데

 다른 병 같은 경우는 강우님의 글을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 걸까요? 

조울증, 자폐스펙트럼, 기분부전장애가 같이 있습니다. 

뭔가 노력을 하곤 있지만 수렁에 빠진 것 같고 정말 더디고 기복이 있고 힘들어서요.”

 

제가 사실 이 질문을 받았을 때 ‘아차’했습니다. 

누구보다 변화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도 당장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또는 다른 정신건강의학적 어려움으로 뭔가 더 노력을 할 수 없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런 분들의 입장을 미리 생각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 이제라도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2019년에 대화방이 생기면서 이 글을 먼저 작성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아쉬움이 남네요.

 

성인ADHD환자의 70%이상이 1개 이상 공존질환을 가지고 있습니다.(2015 미국ADHD유병률 조사결과) 

국내연구결과로는 성인ADHD의 95%이상이 그렇다고 하니 정말 많은 분들이 해당된다고 볼 수 있죠. 

공존질환의 대부분은 기분장애(우울증, 조울증 등), 불안장애(공황장애 등), 물질 사용장애(알코올 의존증 등)입니다. 

ADHD가 있는 아동청소년의 경우 ADHD가 없는 경우보다 우울증을 겪을 확률이 2~3배 높다고 해요. 

성인ADHD 역시 일반인들에 비해서 우울증이 매우 흔하게 생기죠. 저도 처음에는 성인ADHD만 진단받고 

ADHD만 치료했으나 중간중간 우울증을 함께 치료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울증이 있으면 뭔가 하고자 하는 의욕이 잘 생기지 않아요. 

우울한 기분이나 죽고 싶은 기분이 꼭 있어야만 우울증인 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이 제가 쓴 글을 보며 다짐하고 결심하고 의욕적으로 힘을 내는 걸 보면서 

본인도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은 강요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노력했지만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고 자책하지 마세요.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스스로에 대해 의문이 생기면 선생님께 자신의 상태에 대해 질문하고 말해보세요. 

선생님께서 상황을 보시고 적합한 치료계획을 세우실 겁니다.

스스로 이번만큼은 열심히 해보려고 했는데 내 감정과 행동이 내 의지대로 잘 안 될 수도 있습니다.

 공존질환이 있을 확률이 워낙 높기 때문에 어쩌면 ADHD외에 다른 공존질환이 있는 걸 수도 있어요. 

처음에 ADHD를 진단받을 때 숨어있었을 수도 있죠. 

워낙 예전부터 있던 나의 증상과 모습에 스스로 익숙해져 있으면 자신의 문제를 과소평가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선생님께 말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말하지 않게 되기도 하지요. 

또한 저처럼 공존질환이 없다가 생기게 되는 경우도 흔합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 주시하면서 

내면에 변화가 느껴질 땐 메모를 해두세요. 

기록해두지 않으면 막상 병원에 갔을 때 해야 할 말들을 모두 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말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되는 것들은 일단 선생님께 말하세요. 

그래야 선생님들도 좀 더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습니다.

 대화방에 보면 가끔 주치의 선생님께 자신을 최대한 잘 보이려는 분들도 있습니다. 

사람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좋은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은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요. 

하지만 우리가 병원을 가는 건 내가 개선되기 위해서입니다. 

내가 일상에서 겪는 어려움의 원인을 찾고 도움을 얻고자 가는 것인데 

선생님 앞에서 내 평소의 모습을 감추려고 하면 정확한 진단이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나의 치료에도 도움이 안 되겠지요. 

어렵게 시간을 내고 귀중한 돈을 지불하여 만나는 의사입니다. 그 순간만큼은 오로지 본인의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것만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가진 공존질환으로 인해 당장은 ADHD치료약을 먹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그렇게 드문 상황이 아닙니다. ADHD약을 먹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아쉬워하지 마세요. 

우리가 약물치료를 하며 도전을 하고 배움을 하는 것은 지금의 나보다 개선되기 위해서입니다. 

ADHD약도 마찬가지예요.

 ADHD약을 먹는 것이 나의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고 나의 상황과 증상을 악화시킨다면 본말전도입니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지요. 초조한 마음을 잘 조절하면서 끈기를 가지고 

적당한 때를 기다리는 것도 대단한 노력입니다. 

누군가는 인생이 짧다고 하지만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인생은 깁니다. 지나고 나서 보면 

짧아 보일지도 모르지만 당장의 순간에만 집중해보세요. 엄~청 깁니다. 

그러니 너무 초조해하지 마세요.

공존질환과 ADHD의 치료의 변화가 더디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조급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요.

 그렇지만 그런 마음은 오히려 치료를 더욱 더디게 합니다. 당신의 잘못도 책임도 아닙니다. 

운이 조금 좋지 않을 뿐이죠. 

분명한 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지금은 선생님을 믿고 치료에 전념해주세요.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남들처럼 힘을 내서 운명에 온몸으로 부딪혀 도전할 수 있는 

그런 때가 올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마음이 초조해질 때마다 다음을 생각해봅시다.

1.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으로 나누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바꿀 수 없는 것은 잊고 바꿀 수 있는 것에 우리의 주의를 집중하자고 했지요.

바꿀 수 없는 것은 나의 공존질환 등 정신건강의학적 상태와 선생님께서 세운 치료 계획입니다.

바꿀 수 있는 것은 이를 받아들이는 나의 마음가짐과 지금의 나에게 도움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실행하는 것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규칙적인 운동, 영양가 있는 식단, 양질의 충분한 수면이 있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추가로 추천하고 싶은 것은 ‘마음챙김 명상’입니다.

‘ADHD를 위한 마음챙김 처방’을 구매해서 꼭 해보세요.

“마음챙김 명상? 유투브에서 보고 해야지” 하면서

유투브에서 이것저것 눌러보며 시간을 보내지 마세요.

꼭 꼭 꼭 종이책으로 보시기를 권장합니다.

 

2. 이 다음 문장은 언제 어디서나 꼭 기억합니다.

‘매순간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자’

꼭 암기하세요.

공존질환이 없든 있든 있다면 무엇이든 간에 어느 상황이라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내 상황이 예상과 다를 때, 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입버릇처럼 튀어나올 수 있도록 

반복적으로 연습해서 숙달합니다. 

내가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 고민해보고 바로 행동으로 옮겨보세요. 

“3, 2, 1, 0” 세고 바로 시작하는 거 아시죠?
본인 스스로의 판단에 확신이 없다면 내가 신뢰하는 가족이나 친구 

또는 주치의 선생님과 함께 고민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도전도 좋고 배움도 좋고 성취감도 좋지만 지금 읽고 있는 이 책이 자신의 마음을 

조급하게 하고 치료과정에 해가 된다면 잠시 덮어두세요. 몸과 마음이 도전을 할 준비가 됐을 때에 

펼치셔도 늦지 않습니다. 

그렇게 하는 게 우리가 발전하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