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정신 건강 질환과 관련된 의료인의 자격 문제를 다룬 기사를 읽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지난 5년간 3만 명이 넘는 의사들이 정신질환을 진단받았고, 이들이 1억 4000만 건 이상의 진료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기사는 정신질환을 앓는 의료인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자격 검증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그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저는 이를 읽으며 여러 가지 걱정이 들었습니다.
우선, 의사들이 정신질환을 진단받았다는 사실만으로 그들을 잠재적인 위험 요소로 프레임 씌우는 현상은 정신건강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기는 커녕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정신질환을 진단받은 의료인들은 자신의 정신 건강 문제를 인식하고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아야 마땅합니다.
의사들은 환자들의 고통과 죽음을 직접적으로 여러 차례 목격하며, 그들의 가족을 상대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의사는 필연적으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게 되며, 이런 환경에서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또한, 병식(질병에 대한 인식)이 높은 의료인일수록 자신의 건강을 돌보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습니다. 특히, 정신질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정신과 의사들은 심리적 거리감 없이 치료에 접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모습을 문제로 몰고 가는 것은 매우 부당합니다.
반대로 진짜 문제가 되는 것은 정신질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정하지 않고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입니다. 병식이 없는 이들은 오히려 주변에 더 큰 고통과 피해를 주며, 이는 더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가 진단하고 치료를 권해도 이를 부정하고 치료를 거부하는 태도는 특히 응급실에서 자주 목격됩니다. 예를 들어, 알코올 중독을 인정하지 않고 치료를 회피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일 것입니다.
더욱이, 이 문제는 단지 의사들에게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국가와 국민의 현재와 미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특정 직업군의 사람들은 의사보다도 더 큰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들이 정신 건강을 챙기는 것처럼,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일수록 정기적으로, 그리고 더욱 철저하게 정신 건강 평가와 관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자신의 문제를 숨기거나 방치할 경우,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올 겁니다.
또한, 기사에서 언급된 정신질환의 정의 또한 왜곡되었습니다. 기사의 "현행 의료법상 정신질환자가 의료인이 될 수 없다"는 문장은 의료법 제8조 제1호를 말하며, 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제8조(결격사유 등)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의료인이 될 수 없다. 1.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건강복지법) 제3조 제1호에 따른 정신질환자. 다만, 전문의가 의료인으로서 적합하다고 인정하는 사람은 그러하지 아니하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정신건강복지법 제3조 제1호가 규정하는 "정신질환자"란, "망상, 환각, 사고(思考)나 기분의 장애 등으로 인하여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중대한 제약이 있는 사람"을 말합니다. 그러나 기사에서는 우울증이나 조울증 등을 앓고 있지만 일상생활이 가능한 사람들까지 결격 사유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는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고, 치료를 받는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낙인을 씌우는 위험한 행위입니다.
정신건강 질환에 대한 치료 기록이 낙인으로 작용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의사뿐만 아니라 일반인조차 정신과 치료받는 것을 더욱 기피하게 됩니다. 결국 의사들은 자신의 정신 건강에 이상을 느끼더라도 치료를 받기보다는 이를 숨기게 될 겁니다. 그 결과, 진료의 질은 떨어지고 피해는 국민들에게 전달될 것입니다. 특정 정치인이 이러한 문제를 제기한 이유는 정신건강 질환에 대한 병식과 치료의 중요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일 겁니다. 정신 건강 문제를 진단받고 치료하는 것은 책임감 있는 행동입니다. 의사들이 자신의 건강을 관리하는 것은 환자들에게 더 나은 진료를 제공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ADHD 약물 치료를 15년간 이어오고 있는 입장에서, 이렇게 부정적이고 왜곡된 인식을 퍼뜨리는 기사를 접할 때마다 너무 답답하고 안타깝습니다. 5년 넘게 ADHD 대화방을 운영하면서 수천명의 ADHD인을 만나봤지만, 약을 좋아서 먹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모두가 단약을 꿈꾸지만, 치료를 받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약물 치료를 이어갑니다. 정신과 치료를 꾸준히 받는 것은 약점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 대한 성숙한 태도이며,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는 상냥한 마음입니다. 지백이 커뮤니티에 있는 모든 ADHD인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정신과 치료를 통해 더 나은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정신과 치료 이력을 정치적 도구로 삼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과 이것을 악용하려는 시도는 근절되어야 합니다. 이는 부당하고 비윤리적이며, 우리는 이에 맞서야 합니다. 정신건강 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개선되어야 하며, 누구나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스스로의 건강을 책임지는 자신의 모습을 당당하게 여겨야 하며, 이를 부끄러워해서는 안 됩니다.
2024년 10월1일 오전1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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