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지피지기 백전불태 제2권, "미워하지 않으려면, 미움받지 않으려면." 추천사
시작하며
: 이 책에 대하여 처음 추천사를 부탁받았을 때, 과연 내가 작가의 깊은 통찰과 고통을 통해 만들어낸 이 책에 조금의 누라도 끼치지 않을까 걱정되어 몇 번이나 고사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제가 이해한 바, 이 젊은 작가의 열정과 의도는 순수하고 진실되었습니다. 지금도 제 글 솜씨가 여전히 부끄럽지만, 용기를 내어 글을 써 내려갑니다.
항상 우리는 책이 아니라, 실제 고통 속에 있는 환자들을 진료실에서 만납니다. 그들은 저마다 깊은 사연을 지니고 있고, 고단한 고민 끝에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병원을 찾아옵니다. 저는 이야기의 시작을 진료실에서 울고 있는 세 사람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하고 싶습니다.
첫 번째는 젊은 여대생입니다. 그녀는 난생 처음 시작한 아르바이트에서 한 달 만에 많은 지적과 비난을 받고 자신감을 잃었습니다. 잔뜩 위축이 된 그녀는 사람을 대하기가 너무 무섭고, 사회생활을 어떻게 해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다며 한참을 울었습니다.
두 번째는 30년 넘게 결혼생활을 이어온 중년의 남성입니다. 그는 가족을 위해 헌신했지만, 어느 날 아내로부터 "당신은 고집 불통에다가 자기 밖에 모르는 사람이라 도저히 같이 살 수 없다"는 말과 함께 일방적인 이혼 통보를 받았습니다. 자신의 전부였던 가정이 한 순간에 무너졌다고 생각하던 그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하며 긴 한숨을 내뱉었습니다.
마지막은 친구들이 자신을 따돌린다고 속상해하는 초등학교 3학년 남자아이입니다. 친구들이 자기만 빼놓고 축구를 하는 상황을 선생님과 부모님에게 알렸는데, 이 소식에 잔뜩 화가 난 그의 어머니는 학교폭력위원회를 열어 친구들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었습니다.
ADHD와 관계의 문제
: 이 세 사람의 사연은 각각 달라 보이지만, 그들의 사연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람 사이의 문제 즉, '관계'에서 비롯된 고통임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 문제들을 표면적으로 바라본다면, 뻔한 결론과 통찰력 없는 위로만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세 사람에겐 본질적인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이 세 사람이 공통적으로 ADHD로 인해 사회적 관계에서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관계는 우리 인생의 어느 시기든 피할 수 없는 요소입니다. 이는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우리 삶에 훨씬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따라서 ADHD로 고민 중이거나 진단을 받은 사람들, 그리고 그 가족, 친구, 지인들에게 이 책이 지니는 의미는 무척 크고,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가치는 우리가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깊습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책의 역할
: 최근 ADHD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수많은 정보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정보는 유튜브 쇼츠나 인스타그램 피드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휘발성이 강한 흥미 위주이며, 실질적인 도움으로 이어지지 못합니다. 심지어 다른 이들의 아픔을 이용하여 부당한 이득을 취하려는 사기꾼들에게 이용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제 병원을 찾은 한 환자분은 집중력 향상에 좋다는 소문을 듣고, 간판도 없는 보신원에서 300만 원어치의 탕약을 먹었지만, 입맛만 썼고 효과는 없었다고 하셨습니다. 만약 그분이 신뢰할 수 없는 약장수 대신 ADHD 지피지기 백전불태를 추천받았다면, 돈과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쓴맛만 본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 깊이 감명받은 문구들이 많았습니다. 이 책은 ADHD에 대한 안내서이면서도, ADHD인을 위한 격려 모음집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주며, 작가는 여러분의 든든한 동반자입니다. 작가의 글이 더욱 값지게 느껴졌던 이유는, 그의 실제 경험에서 비롯된 고민들이 진솔하게 담겨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자신만의 통찰로 풀어내어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전달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여러 문헌을 참고해 정보의 신뢰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돋보였습니다.
예를 들면, ADHD인이 흔히 빠지는 인지 오류 17가지에 대한 설명은 작가의 창의성이 돋보이면서도, 예비 ADHD인에게 큰 위로가 되는 친근한 설명입니다. 이 책은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와, 치료 중 겪게 되는 고통을 미리 설명하며, 이를 어떻게 대처할지 미리 안내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안심을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론과 현실의 차이 속에서 책의 역할
: 이 책을 읽다 보면, ADHD 환자를 둔 보호자들이 그동안 이해하지 못했던 그들의 생각과 감정을, ADHD 증상을 통해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 책은 왜곡되기 쉬운 ADHD인의 마음을 보호자들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ADHD 관련 서적을 읽을 때, 특히 전문 서적에서는 ADHD 증상과 아이들의 마음을 모두 이해하고, 넓은 마음으로 수용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진료 현장에서 보호자들과 상담하고, 환자의 증상에 대해 설명할 때, 보호자들이 따분한 설명을 주의 깊게 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내 아이가 주치의의 책상 위에 있는 물건을 떨어뜨리면 보호자들은 어쩔 줄 몰라하며 바로 아이에게 화를 내곤 합니다. 이렇게 ADHD가 없는 일반인이 이를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작가가 어린 시절 ADHD를 겪으며 보호자와 상호작용한 경험과 현재 자신의 가정에서 자녀를 양육하는 경험이 결합되어, 다른 책에서는 찾기 힘든 특별한 차별점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실생활에서 적용 가능한 행동 지침으로서 책의 역할
: 이 책은 ADHD와 관련된 문제를 단순히 분석하고 잘못을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마음 챙김, 자기 객관화, 유연한 계획 작성 등 실질적인 행동 지침을 제공합니다. 작가는 첫 만남에서 좋은 인상을 주는 방법과 이를 바탕으로 관계를 잘 유지하는 팁을 친절하게 제시하며, 인생의 위기 상황에서 필요한 대처 능력에 대해서도 과거 자신의 경험에서 얻은 해결 방안을 아낌없이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 설명들은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쉽게 따라 할 수 있어, 집중력이 부족한 독자라도 이해하고 실전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치유 과정에서 얻은 교훈
: 마지막으로, 이 글을 마무리하면서 저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문구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지금까지 ADHD 환자들과 함께 치료와 회복의 길을 걸으면서 절실히 느낀 점이 있습니다. 첫째, 누구도 ADHD라는 질병을 가져야 할 이유는 없다는 점, 둘째, 의사와 환자, 그리고 가족이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이 난관을 극복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입니다. 또한, 치료는 진료실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 책의 수많은 Q&A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 생활 속 곳곳에서 치열하게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런 고난의 여정 속에서 저는 이 문구를 기억하고자 합니다. 여러분에게도 적극 추천합니다. "행복은 저절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얻어지는 값진 선물입니다." 이 책이 여러분에게도 값진 선물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맑은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신기택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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