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ADHD인으로 육아를 하면서 어려운 점, 중요한 점이 무엇인가요?"

대화방에는 ADHD 자녀가 있거나, 자녀를 계획 중이거나, 결혼을 준비하시는 분이 계시다 보니 아래의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ADHD인으로 육아를 하면서 어려운 점, 중요한 점이 무엇인가요?＂

두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그리고 약물치료 14년 차 ADHD인으로서 제 생각을 짧게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ADHD를 가지고 있는 부모의 아이는 일반적으로 ADHD의 성향을 가질 확률이 높습니다. 높은 충동성과 높은 불안도 등 ADHD의 다양한 증상 모두를 가지고 있거나 일부를 (많게 또는 적게) 가지고 있습니다. 반대로, 아이가 ADHD를 진단받았다면 보통은 부모 중 한 명 또는 모두에게 ADHD 성향이 두드러집니다. ADHD는 유전적 소인이 크기 때문입니다. 지피지기백전불태1권에서 언급했듯, ADHD 하면 흔히 언급되는 ＇집중이 부족하거나 산만함＇ 등의 문제도 삶에서 중요하지만, 감정 조절 기능 부족 역시 ADHD인의 삶을 매우 어렵게 만듭니다. 이는 대인 관계에 큰 어려움을 주기 때문이지요. 대인 관계에는 많은 관계가 포함되지만,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부모와 자식 사이의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감정 조절의 어려움은 행동 조절의 어려움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화를 내지 않고 참아야 하는 상황에서 화를 내는 상황, 비ADHD인보다 쉽게 생긴 산후 우울증에 의한 무기력 증상으로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아이에게 그러지 못하는 상황 등 이러한 상황이 반복될수록 아이의 뇌 신경 발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칩니다. 아이는 수정된 순간부터 외부에서 영양을 섭취하며 성장과 발달을 시작합니다. 여기선 출산 후, 몸을 구성하는 기관들 중 뇌의 발달에 대해서 잠시 살펴보려 합니다. 뇌는 뇌간, 대뇌 변연계, 신피질 이렇게 세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각 영역별로 성장과 발달하는 시기가 정해져 있습니다. 뇌가 발달하는 순서는 사람이라면 모두 똑같습니다. 아이의 뇌에서 일찍 발달한 부분은 아이가 자라면서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뇌간과 대뇌 변연계는 만 5세(60개월) 이전에 대부분 발달이 완료됩니다. 뇌간은 생명을 유지하는 기본적인 기능을 담당하지만, 각성과 주의력, 집중력도 담당합니다. 대뇌 변연계는 여러 구조물을 묶어서 부르는 명칭인데, 감정과 관련된 기억을 보관하며 동기부여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복잡한 구조와 프로세스를 담당하는 신피질은 어른이 되어서도 어떻게 쓰는지에 따라 발달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신피질은 비교적 단순한 구조인 뇌간과 대뇌 변연계가 잘 받쳐줘야 잘 발달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선 만 5세 이전 아이와 안정적인 유대감을 형성(특히 12개월까지 유대감 형성에 집중한다. 아이가 울면 빨리 안아주고 달래야 한다. 잘못을 저질러도 잘 타일러야 한다. 생존본능에 경고등이 들어오면 보유한 유전자와 상관없이 뇌 발달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하고 아이가 풍성한 사랑을 느낄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이 과정은 ADHD인 부모에게 녹록지 않은 과정입니다. 우리에게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부족한 것이 아닙니다. 저도 부모이기 때문에 여러분의 아이를 향한 마음이 어떤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모 이전에 저도 ADHD인이기에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과 ＇아이가 사랑받는 감정을 느끼고, 안정감을 갖게 해주는 것＇은 별개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아이가 좀 더 잘 클 수 있길 바란다면, 아이가 자신의 ADHD 증상을 스스로 잘 보살피게 되길 바란다면, 부모가 육아관, 교육관 등 늘 일관된 가치관을 가지고 아이에게 일관된 행동을 제공해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가 안정감을 느끼게 되고 해당 시기에 발달해야 할 뇌 신경이 균형 있게 발달합니다.

ADHD의 유전적인 요소를 가지고 태어난 만 5세 이전의 아이가, 충동성 때문에 상황 따라 다르게 행동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며 혼란스러워하거나/ 스마트폰에 빠진 부모를 보며 자신에게 무관심한 느낌을 받거나/ 부모의 잦은 분노 표출로 불안감을 느끼게 되는 등 이런 상황을 반복해서 경험할수록 뇌간과 대뇌 변연계의 발달이 제대로 되지 않게 됩니다. 그러면 이 부분에서 담당하는 기억력, 감정 조절 능력이 더 부족해지고 이는 곧 빈곤의 악순환입니다. 따라서 ADHD인 부모로서 양육에서 중요한 건 다음과 같습니다.

- 순간적으로 화가 나더라도 표출하지 않는 등 나의 감정을 조절하면서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아이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것.
- 특정 상황에서 규칙과 원칙을 벗어나는 충동성이 생기더라도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고 아이에게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
- 아이에게 상황 따라 달라지는 복잡한 사고방식이 아닌 기본에 충실한 건전한 사고체계를 강조하는 것.
등등.

즉, 아이가 안정감과 사랑을 느껴서, 뇌 신경의 다양한 영역이 골고루 잘 발달할 수 있도록, 일관된 행동과 가치관을 포함하는 육아방침을 갖는 것입니다. 저도 부모이기 때문에 위처럼 해보려고 노력하지만, 방법을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로 절대 쉽지 않더군요. ADHD인 아이가 있는, ADHD 성향이 다분한 부모라면 실천하는 것이 더욱 어려울 겁니다. 방법론을 가르쳐주는 책과 사람은 많지만, 이 점에 대해서 강조하는 건 아직 못 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ADHD와 관련이 있는 부모님께 다음을 꼭 강조하고 싶습니다.

＇인터넷에 있는 성인ADHD의 자가 검진표를 보고, 내가 해당한다 싶으면, 망설이지 말고 인근의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시기를 권장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성인ADHD를 진단받는다면 약물치료를 시작하세요.＇

ADHD인 부모로서 양육에 중요한 것들로 위에 나열한 사항들은 ADHD증상을 관리하지 못한다면 실천하기 어렵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작용을 견딜 수 있다면) 약물치료가 필수적이며, ADHD 인지행동책(지백, 초록, 하양, 노랑)의 체화 역시 꼭 필요합니다.

＂저는 공부를 할 것도 아니고요. 수험생이 될 것도 아닌데 굳이 그래야 하나요?＂
kwoo: 공부를 잘하기 위한 약이 아니며, 내가 수험생이 되어 시험에 합격하는 것보다 더 가치 있는 일입니다. 그리고 제가 느끼기에 혼자 하는 수험생활보다 아이에게 바른 양육을 실천하는 게 더 어렵습니다.

＂우리 아이는 이미 5살이 넘었는데요. 늦은 건가요?＂
kwoo: 뇌는 영역별로 발달 순서가 정해져 있긴 하지만 독립된 부분의 집합이 아닙니다. 대뇌변연계 역시 천천히 발달하는 피질 영역과 끊임없는 상호작용으로 계속해서 영향을 받습니다. 특히 우리의 관심사인 전두엽은 30대가 돼서도 발달합니다. 이에 관한 연구결과도 많고요. 다섯 살이 지나면서 인생 대부분이 결정된다면, 저는 굳이 성인ADHD의 인생이 바뀔 것이라는 신념으로 1권을 집필하지 않았을 겁니다.

아이가 만 5세가 지난 분들이라면 이 이야기가 슬프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인생을 재설정하고 싶어하는 마음은 ADHD인들이 자신의 문제점을 알았을 때, 흔하게 보이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다시 돌아가서 시작한다고 해도 기대만큼 멋지게 해낸다는 보장도 없으며, 그렇게 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방법을 알고 10년 넘게 약물 치료 중인 저도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면, 이미 화를 내거나 아이의 모습에 조급해지는 등 미리 설정한 육아방침에 어긋난 행동을 하고 후회하는 일이 왕왕 있습니다.

따라서 이미 결정된 것들에 대해서 너무 후회하지 마세요.
1권에서 강조했듯 ＇일어난 일은 이미 지나간 일＇입니다. 지금부터라도 아이에게 지금까지와 다른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보여주려고 애쓰면 됩니다. 부모가 애쓰는 모습을 보는 아이에게 부모의 진심은 결국 전해지기 마련입니다.

꾸준히, 지속적으로.
단기간에 바뀌는 건 없습니다.
우리는 방법을 몰라서 하지 못하는 게 아닙니다.
이제는 다들 아시죠?

절대 포기하지 마십시오. 지금까지 어떻게 했든지 간에 아이가 잘 크길 바라는 여러분의 마음만큼은 거짓이 아닌 진짜입니다.

지나간 세월이 정말 아쉽다면, 아쉬울수록 지금부터 할 수 있는 것들에 초점을 맞추려고 애써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가져야 할 올바른 자세입니다.

당신이 ADHD라고 해서, ADHD가 당신은 아니다. -ADHD지피지기백전불태 제1권 기본편/공부편 -첫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