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삶

아이와 함께 부모로서 성장하기

k woo 2023. 5. 21.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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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을 다니기 전에 저희 부부는 아이 앞에서 과자나 사탕, 음료수를 먹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기 때문에 아이의 세상에서는 과자와 사탕, 음료수 같은 게 없었지요. 그러나 아이가 네 살이 돼서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그 맛을 알아버리게 되었습니다. 분유, 이유식 등 늘 먹기 시작하면, 한 번에 끝까지 다 먹던 건강한 먹성을 타고난 아이이기 때문에, 한 번 맛을 본 과자에 푹 빠지게 되는 건 예상했던 일이었습니다. 말을 잘하게 될수록, 마트에 가면 과자와 아이스크림을 사달라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러나 아이의 건강(태어나서부터 체중 백분위 95 이상이었기에 소아비만과 소아당뇨로 이어지게 되는 건 아닌지 늘 경계함)이 걱정되었기 때문에 선뜻 사주지 못했습니다. 떼를 쓰는 아이에게 늘 다정하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엄마와 아빠가 과자나 아이스크림 먹는 거 봤어? 단 한 번도 못 봤지? 엄마랑 아빠는 건강하고 싶어서 안 먹는 거야. 엄마랑 아빠처럼 되고 싶지 않아?" 이렇게 반복적으로 말하다 보니, 점점 떼를 쓰는 빈도가 매우 줄어들었습니다. 요즘은 유치원 다섯 살 반에 다니는데, 유치원에서 새로운 과자의 맛을 보는 날엔 집에 와서 과자 먹은 걸 자랑하기 바쁘더군요. 몇 개를 먹었고 뭘 먹었고 무슨 맛이었고... 이렇게 먹는 걸 좋아하는 아이에게 먹는 것을 제한하는 마음은 부모로서 여간 힘이 드는 게 아닙니다. 그래도 아이인지라 먹고 싶어 하는 걸 안 사줄 수는 없기에 종종 사주긴 합니다만, 아이에게는 턱 없이 부족하겠지요. 이런 상황에서 제가 예전처럼 과자랑 아이스크림을 먹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준다면, 아이는 '왜 아빠는 먹고 싶은 대로 다 먹지? 어른은 좋겠다. 세상은 불공평해. 나도 먹고 싶다.'라고 생각할 것이기에 저도 아내도 과자와 아이스크림을 극단적으로 줄였습니다. 그랬더니 그것만으로도 살이 딱 10kg 빠지더라고요. 결혼 전에, 그리고 아이를 가지기 전에 체중 감량을 목적으로 과자와 아이스크림 같은 주전부리를 줄이려고 많은 시도와 새로운 각오를 다졌으나 한 번도 성공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특히 콘서타의 약효가 끝나는 늦은 저녁 시간이 되면, 어느새 먹고 있는 저였지요. 아이가 나처럼 살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나보다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스스로 이런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진심이 아이에게 전달됐는지, 아이도 멋진 아빠와 예쁜 엄마처럼 되고 싶은 마음에  스스로 제어하는 경험을 한 살이라도 더 어릴 때 가질 수 있게 되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첫째 아이의 발레수업을 데려다주다가 같은 반 친구가 칸쵸를 먹고 있는 걸 보고, 자기도 칸쵸가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더군요. 그래서 발레수업이 끝나고 사줬습니다. 그런데 그걸 한 번에 다 먹지 않고 아껴서 한 두 개 씩 먹다가 남겨둔 칸쵸를 보니 마음이 짠 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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