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생활 개선팁☆☆☆

과학동아 5월 호 ADHD특집 김강우 인터뷰 전문

k woo 2023. 4. 18.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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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동아 5월 호 약 하나로 갓생 사는 것이 가능할까?”라는 ADHD특집의 Interviewee로 참가했습니다.
지면상 한계가 있어서 인터뷰 내용이 많이 생략되었기 때문에, 김소연 기자님께서 QR code를 이 게시글로 연결해주었습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입니다.

 

1. 여쭙는 저도 사실 가끔 '내가 ADHD 아닐까'란 고민을 하곤 합니다. 선생님께서 20대에 처음 ADHD임을 의심하고 병원에 방문하게 되신 과정이 궁금합니다.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제가 수능을 여러 번 응시했습니다. 입대 전에도 수능 공부를 했고, 입대해서도 그리고 제대하고도 수능 공부를 했습니다. 특히 제대하고는 정말 열심히 공부했는데요. 어느 정도로 열심히 했느냐면 2천 명이 다니는 학원에서 저를 모르는 직원과 선생님께서 없었습니다. 오전 5시에 일어나서 누구보다 일찍 등원했고 가장 마지막에 학원에서 나왔으며 주말마다 학원에서 자습했기 때문이지요. 학원 선생님이 공부는 쟤처럼 해야 한다며 교실에서 저를 치켜세워주건 했습니다. 그렇게 1년을 공부했는데도 결과가 똑같았습니다. 그때, 이건 뭔가 문제가 있구나하는 생각을 했지요. 그래서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고 상담을 했는데 ADHD라고 하더라고요.

 

2. 선생님의 ADHD 치료과정이 궁금합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ADHD 치료에서 약물은 80%의 중요도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고 들었습니다. 약을 복용하고 나면 어떤 변화가 생겼나요?

 

약을 먹기 전에는 뭔가 해야 하는 걸 생각했으면, 그 이후에 그걸 하지 않도록 만드는 생각들이 나의 계획을 방해했습니다. 약을 먹은 이후로는 내가 무언가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 그걸 행동으로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도록 도움이 됩니다. 그렇지만 약을 먹는다고 내 몸을 내 의지대로 백 % 조절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요.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고 수용할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집에서 공부하는 건 너무나 꿈만 같은 좋은 것입니다. 공부를 집에서 할 수 있다는 건 도서관에 가야 하는 준비를 할 필요도 없고 시간도 절약하며 몸도 편하기 때문이지요. 물론 집에는 침대와 냉장고 그리고 컴퓨터가 있기에 공부에 집중한 적은 한번 도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약을 먹기 전에는 왠지 집에서 공부가 오늘은 될 거 같은 기분에 자주 도전하고 했습니다. 물론 단 한 번의 성공도 없이 매번 실패했지요. 사실 집에서 놀고 싶어서 내가 나를 속이며 집에서 계속하려고 했던 것일 수도요. 그런데 약을 먹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집에서 공부하려고 시도해보면 당연히 공부가 안됩니다. 이건 ADHD약 할아버지가 와도 저에겐 어려운 일이더군요. 그럼 뭐가 달라졌을까요? 약을 먹고도 안 된 건 약 이외의 것이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래서 더는 집에서 공부하려고 생각하지 않고 빨리 옷을 입고 나가서 공부하자.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행동이 빠르게 움직여지더군요. 이렇게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해서,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더 이상 같은 방법으로 도전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생각해서 어떻게든 목표만 이루는 걸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ADHD를 진단받고 약물치료를 하면서, 지금까지 내 삶이 내 생각대로 풀리지 않았던 이유를 내가 ADHD인 걸 몰라서 그랬다고 생각을 했다면, 이제는 내가 ADHD를 알았고 ADHD 약물치료를 받기 때문에 더 이상 뒤가 없다. 물러날 곳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이 정말 마지막 기회라고 스스로 설득하면서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플라시보 효과가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ADHD를 진단받기 전에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실패한 건 아니었기 때문에 플라시보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ADHD약이 나의 행동과 판단에 어느 정도 도움을 주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동기부여와 의지를 한 두 단계 올려주는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결심을 세워도 내 행동이 계획을 따라가질 못하고 자꾸 작은 좌절이 반복되면 결국 상승세를 타지 못하게 되거든요.

 

3. 2 번 질문과 연계하여, 선생님께서 티스토리 블로그나 책, 그리고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을 운영하시는 모습을 보면 약물 외에도 개개인의 노력 또한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의대를 준비하고, 대학 공부를 하시는 등 과정에서 스스로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신조가 있다면 어떤 것들일지 궁금합니다.

 

저는 성인 ADHD로 진단받고 가지고 있는 신념이 있습니다. 14년 전 성인ADHD를 처음 진단받은 후, 굉장히 좌절하던 저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의 삶을 보면서 지난날을 반성하고 자신을 계발해서 대한민국에 자리 잡고 있는 ADHD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ADHD 인이 많아지는 걸 보고 싶다. 이런 생각이 저의 20년 넘게 굳어진 모습을 변화시키는 힘든 과정을 버틸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이런 목표가 거룩한 가치로 느껴져서 관성을 이길 수 있는 특별한 힘을 낼 수 있었지요. 힘들 때마다 제가 목표를 이루고 있는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리면 강력한 동기 부여가 되고 긍정적인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아마 제가 나 혼자만의 발전을 생각하고 노력했다면 결국 실패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열심히 하지 않으면 나 혼자만의 실패가 아니라, 바뀌지 않을 많은 사람을 생각하니 더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사회에 기여하며 주변에 긍정적인 자극을 주는 활동을 떠올린다면, 훨씬 더 건강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4. ADHD 당사자와 그들의 보호자들과 항상 소통하시는 모습이 인상 깊습니다. 선생님께서 의료계에 몸담기를 결심하신 데에도 이런 소통이 어느 정도 작용했으리라 생각합니다. 특히나 기억에 남는 케이스가 있다면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제가 운영하는 채팅방을 4년 째 수천 명의 사람이 거쳐 가면서 많은 사람과 소통을 하다 보니 기억에 남는 일이 많습니다. 저에게 감사인사를 하는 분들은 보통 수능이나 공무원 또는 취업 준비 등 어떤 도전을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대부분 자신이 도전한 일이 잘돼서, 원하는 바를 이뤘거나 그만큼은 아닐 지어도 어떤 긍정적인 결과를 얻은 분들이 저에게 따로 연락을 줍니다. 그런 발전하는 과정에서 제가 한 말이 자신에게 어떻게 작용하였는지 듣다 보면 함께 기뻐하며 저 역시 많은 힘을 얻습니다. 그런데 그중에는 자신이 도전하는 일의 결과가 좋지 않은데도 연락을 주시는 분들도 매우 적지만 계십니다.

목표를 이루고 저에게 감사인사를 하는 사람들은 어쩌면 저를 만나지 않았어도 원래 노력을 하던 사람이었고 제가 아주 약간의 도움을 준 것일 뿐, 원래 될 사람이 된 것일 수도 있어요. 원래 내가 정말 애쓰던 일이 잘되면 세상이 아름답게 보입니다. 주변의 모든 것들이 나에게 도움을 준 것이라 생각이 들면서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요. 그래서 아주 약간의 도움을 받아도 크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반대로 내가 나름대로 정말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처절한 실패를 결과로 얻으면 그 노력하는 과정 전부를 부정하고 싶어집니다. 그 과정에서 정말 옳고 바른 방법과 조언과 태도, 가치관 등이 있었다 하더라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부정하고 싶어집니다. 절망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안정을 되찾고 다시 경험하지 않기 위해서 지난날에서 내가 실패한 원인을 찾습니다. 논리적이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해야 마음이 안정되기 때문입니다. 제가 그랬었지요.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저에게 비록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덕분에 많은 걸 배우고 느꼈다며 앞으로도 지금처럼 살겠다며 말하는 사람이 몇 분 계셨습니다. 이런 경우는 저는 큰 감동을 하고 기억에 오래 남게 됩니다. 정말 스스로 떳떳하게 옳은 방법으로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당장은 잠시 미끄러졌을지 모르겠지만 결국에는 성공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니 그 자체로 이미 성공한 인생입니다.

 

5. ADHD에 대한 인식이 보편화하면서 사회적으로 다양한 현상이 관측되고 있습니다. 기자처럼 자신이 성인 ADHD인 건 아닐지 의심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동시에 ADHD 치료제는 '공부 잘하는 약'이란 이름으로 오남용 되기도 합니다.  ADHD 체크리스트 등이 인터넷에서 관심을 끌기도 합니다. ADHD 당사자이자 의학을 공부하는 입장으로서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시는지 그렇게 생각하는 학생들이 있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지 여쭙고 싶습니다.

 

예능과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매체와 프로그램에서 ADHD를 다루면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ADHD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모습입니다. 그래서 자신도 ADHD는 아닌지 의심하고 셀프 체크리스트를 찾아보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과정이지요. 자신이 ADHD라고 생각된다면,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에 전화를 걸어서 예약하고 상담을 하면 됩니다. ADHD라고 진단을 받으면 약물치료를 시작하겠지요. 여기까지는 문제 될 부분이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ADHD약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말 그대로 오남용을 하는 것이지요. 의사와 상담할 때 ADHD약의 처방 받을 목적으로 내가 생각하던 내 모습보다 좀 더 ADHD의 증상을 강조하거나 거짓으로 이야기한다든지, 내가 처방받은 일일 용량을 초과해서 (가령, 2,3일 치를 의사와 상의 없이 한 번에 복용) 복용하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런 선택의 기저에는 다음과 같은 생각이 깔렸습니다.

“이 약을 먹으면 나도 공부를 잘할 것 같아.”, “집중이 잘 돼서 같은 시간을 공부해도 더 많은 양을 암기할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약 없어도 잘 살 수 있으니까 공부할 때만 약을 먹고 시험이 끝나면 약을 안 먹어야지.” 등등

이런 잘못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알아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ADHD약은 ADHD가 아닌 사람이 복용했을 때 공부가 잘되는 것 같은기분은 줄지 몰라도 실제로 공부를 하는 데 필요한 뇌 기능은 감소시킬 수도 있습니다. 이는 연구에서 밝혀진 것이기도 합니다. , 공부가 잘되는 느낌만 있을 뿐이며 결과는 더 안 좋을 수도 있다는 말이지요. (당신이 ADHD라고 해서, ADHD가 당신은 아니다. ADHD지피지기백전불태 제1p.83 ‘ADHD이기를 바라며 병원을 찾는 사람들 참고) 거기에다 ADHD 인에게도 여러 부작용이 필연적으로 따라오는데, 하물며 ADHD가 아닌 사람들이라면 더 그럴 것이기에 단순하게 공부를 잘하려고 이 모든 걸 감수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고 미련한 생각이지요. 심지어 공부를 잘하게 해주는 것도 아니고 공부를 더 못하게 할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물론, 내가 ADHD라면 약물치료를 시작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여러 부작용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약물치료로 얻는 긍정적인 효과는 그 이외의 부작용을 상쇄하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에 방문했다면, 정말 가감 없이 솔직하게 나 자신에 대해서 말해야 합니다. 그래서 ADHD를 진단받으면 약물치료를 시작하면 되고, ADHD가 아닌 다른 문제(우울증이라든지)라고 한다면 그 문제에 집중해서 치료를 시작하면 됩니다. 솔직히 제가 다시 14년 전, 처음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을 방문했을 때로 돌아간다면, ADHD가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클 것 같습니다. 나에게 맞는 약을 선택하고 적절한 용량을 결정하는 데까지 수개월이 걸립니다. 그 기간에는 1주일이나 2주일에 한 번씩 병원을 가야 합니다. 그리고 약과 용량을 정했다 해도 한번의 내원으로 처방받을 수 있는 최대 기간이 한 달이기 때문에 매달 병원에 방문해야 합니다. 단순히 금전적인 비용을 떠나 시간적인 비용까지 고려하면 절대 적은 비용이 아닙니다. 게다가 완치가 없으므로 수십 년 그 이상을 먹어야 할 수도 있지요.

물론, 저 역시 공부 문제로 ADHD를 의심했고 진단을 받았으며 약물치료를 시작했기 때문에 공부를 잘하고 싶은 마음에 ADHD약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모르는 게 아닙니다.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다음 세 문장을 읽어보며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책이 안 읽히는 게 시력이 안 좋아서 못 봤던 거라면 안경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책이 안 읽힌다고 안경부터 쓰려고 하면 안 됩니다.

시력이 좋은데 안경을 쓰면 오히려 책이 더 안 보이게 됩니다.

 

제가 공부를 잘 하지는 않지만, 공부를 많이 해본 사람으로서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공부한다는 것은 그렇게 단순한 일이 아닙니다. 공부를 많이 하는 것, 공부를 잘하는 것은, 내가 해야 할 공부만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해야 할 공부 이외의 것들을 모두 억누르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더 숭고한 가치와 한 차원 더 높은 욕구를 바라볼 수 있어야, 순간적으로 생기는 일차원적 욕구를 억누를 수 있지요.

공부를 잘하려면 감정 조절하는 연습도 필요합니다. 요동치는 충동적인 감정에 휩쓸려서 내가 세운 계획이 다 물거품으로 돌아가기 쉽기 때문입니다. 내 안의 변화를 알아채야 하고, 주변으로 번지는 주의를 내 눈앞의 것으로 가져와야 합니다. 또한,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스스로 구분할 수 있어야 하며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계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남은 시간을 고려해서 먼저 공부해야 할 내용의 우선순위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ADHD약이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모든 걸 해결해주지는 않습니다. 약물치료를 시작하더라도, 살면서 자리 잡은 습관을 바꾸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다 보니 조급한 마음이 들기 쉽습니다. 그리고 공부에 대한 자세, 가치관이 바르게 잡혀 있지 않으면, 지능이 비상하지 않은 이상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은 불가능하지요. 이런 것들은 ADHD약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공부에 대한 올바른 접근법이 궁금하다면 당신이 ADHD라고 해서, ADHD가 당신은 아니다. ADHD지피지기백전불태 제1권 기본편/공부편을 참고하세요.)

 

6. 한편 최근 '신경 다양성'이란 개념 또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뇌 신경의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다양한 '다름'을  질환이 아닌 어떤 다양성으로 여기자는 개념인데요. 무지한 제 눈으로는 사실 어쩌면 ADHD 치료란 현대 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이지, 사실 필요한 건 사람을 고치는 것뿐 아니라 사회가 이런 신경다양성을 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ADHD 당사자들이 주의집중에 어려움을 겪는 동시에 특정 사안에 깊이 집중할 경우 아주 높은 집중도를 보인다는 속설도 있고요. 선생님께서는 이와 관련해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식견이 매우 짧아 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적절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ADHD나 자폐 같은 걸 발달 장애가 아닌 다양성으로 보는 관점이 있긴 합니다. 모든 사람은 일장일단이 있기 때문에 ADHD라고 해도 자신이 흥미 있는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는 경우가 있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ADHD의 특성도 때론 장점이 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드물지 않게 접하게 되지요. 그래서 ADHD인이 각각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서 사회가 배려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보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는 게 현실입니다. 아마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부분이 컸다면 굳이 ADHD 신약개발을 위해 천문학적 자본이 투자되지 않았을 것이며 약물치료가 매뉴얼로 자리 잡지 않았을 겁니다.

어떤 능력과 기능이 특출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소수일 것입니다. 그런데 거기에 ADHD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면 사람들의 기억 속에 더 깊숙이 자리를 잡게 됩니다. 이런 걸 representativeness heuristic이라고 하지요. 그 사람이 ADHD가 있어서 그렇게 일이 잘 풀렸다고 볼 수 있지만, ADHD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잘 된 걸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ADHD가 없었다면 더 큰 결과를 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또한, 국내에서 ADHD에 대한 인식은 말로 하지 못할 만큼 매우 처참합니다. 저는 누군가 ADHD를 진단받고 약물치료 중이라는 것을 주변에 알리려고 고민 중이라면 다시 한 번 더 신중히 깊게 생각해보라고 권유합니다. ADHD를 진단받은 사람 중에 정말 많은 분께서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부모님께서 자신의 ADHD진단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며 약물치료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의지문제로 치부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부모조차 ADHD에 대해서 인정하지 않는데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제3자에게 나의 ADHD를 말한 들 어떻게 보일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합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때론 바뀌긴 하지만 사회가 요구하는 것들은 늘 있었습니다. 그것을 충족시켜줄 때 우리는 그 가치를 인정받고 대가와 보상을 받습니다. ADHD, 자폐 등 신경 다양성을 인정한다고 해서 그 요구에 벗어나는, 자신이 선호하는 일만 하며 살 수는 없습니다.

이러나 저러나 ADHD인에게 약물치료는 꼭 필요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치료과정을 거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도 있습니다. 감정 조절 기능이 조금 부족한 것과 말 실수 등 때문에 단체 생활에서 어려움을 토로하는 ADHD인들이 많은데 약물치료는 이런 어려움에 도움 줍니다. 결국, ADHD인의 자기 효능감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지요. 이는 단순히 ADHD인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고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삶을 더 개선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았을 때 결국 괴로워지는 것은 ADHD인이기 때문이지요.

특정 시험이나 어떤 나라에서는 ADHD인의 특성을 고려해서 시험 시간을 더 준다든지 이런 식으로 ADHD에 편의를 봐주는 경우가 제한적으로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국내에서 자신의 ADHD를 오픈해서 인정과 배려를 바라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언젠가는 꼭 그런 날이 오리라고 저는 믿습니다. 그리고 그날을 조금이라도 당기는데 일조하기 위해서 이렇게 인터뷰를 하고 책을 쓰는 것이지요.

말 그대로 의지가 없는 게 아니라 의지는 있는데 몸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가에서 국민이 어릴 때 ADHD 진단과 약물치료에 좀 더 적극 지원해준다면, 어쩌면 ADHD증상으로 인해 어른이 되어, 나라의 지원을 받는 상황에서 한 사람 분의 경제활동을 충분히 해내는 건전한 사회인으로 거듭나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식으로 더욱 많은 ADHD인들이 이런 변화를 경험한다면, 대한민국의 입장에서 지원해줘야 하는 복지 비용이 감소하고 세수의 증가로 국고에 도움이 되는 것도 꿈은 아닐 것입니다. 그렇게 변한 ADHD인들이 자신의 삶에서 통제권을 행사하고 인생 만족도가 향상되는 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됩니다.

 

아래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링크와 입장 조건과 규칙입니다.
ADHD를 진단받았거나, ADHD를 진단받은 자녀의 학부모님만 대화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는 눈팅만 가능.)

https://drgogo.tistory.com/m/217

 

ADHD지피지기백전불태 대화방 링크와 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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