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에 생기는 긍정적인 감정을 어떻게든 움켜쥐어라.

한 ADHD 관련 부모 단체에서 강연 제안이 들어왔다. 강연 5일 전인데도 연습은 커녕 내용 준비마저 끝나지 않은 상황으로 계획보다 진도가 밀렸다. 그래서 심적으로 압박 받고 있었다.(생각해보면 이전의 강연들 전부 계획대로 된 적 없음) 다음 날부터 많은 비가 온다는 말에 미리 이발하려고 단골 미용실로 자전거를 타고 가는 길. 오후 6시 30분. 지는 해에도 30도에 육박하는 7월 초여름. 땀을 뻘뻘 흘리며 언덕을 올라가는 도중 손목에 있는 스마트 워치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얼핏 보니 와이프에게 메시지가 와있다.

“화이팅”

‘팔자에 없던 책을 쓰고, 강연을 준비한다. 건강한 자녀와 배려와 응원해주는 아내까지. 어쩌면 나는 운이 좋은 인생일 수도 있겠다.’

학교폭력 피해자가 돼서 무단결석을 하고 자퇴를 하고 대입 입시를 여러 번 실패하고 ADHD를 진단받고 십 년이 넘도록 약물치료를 하고, 지금까지 살면서 정말 중요한 순간과 시기에 실패와 좌절을 반복한 기억이 생생하다. 주변인에게는 일상으로 느껴지는 것도 나에겐 역경이었던 상황들. 나의 앞으로 역시 순탄치 않을 것이란 건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다. 동기들은 나를 보며 실패한 커리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이런 내가 운이 정말 좋은 사람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잘 모르겠다.

그러나 그 순간만큼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생각은 긍정적인 감정으로 나를 가득 채웠다. 동기부여에서 언제나 강력한 모멘텀을 주는 건 냉철한 분석이 아닌 이런 감정이다. 오늘의 긍정적인 감정은 앞으로의 나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 감정이 다른 일상의 감정보다 특별하게 오래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에 이렇게 글로 남긴다.

 

추가: 10년도 더 전에, 진단받은 후 즈음 뭔가 깨달음을 얻었을 때부터 스스로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세뇌했던 것 같다. 바꿀 수 없는 것은 잊고, 바꿀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자. 그리고 가진 것에 감사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