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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ADHD관련된 오픈채팅방을 만들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책을 쓰기 위해서 방을 운영하는 걸까요?

k woo 2023. 7. 3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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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ADHD관련된 오픈채팅방을 만들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책을 쓰기 위해서 방을 운영하는 걸까요?

 

kwoo: 이 방을 만든 지도 벌써 만 4년이 되었습니다. 어느덧 5년차에 접어들며 대화방 900, 공지방 500, 자기계발방 270명 그리고 운영진방 10명까지. ADHD관련 단일 주제로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가장 큰 규모가 되었네요. 방을 개설한 이유가 명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뚜렷한 목적이나 이유 없이 '그냥' 개설했던 걸로 생각됩니다.

당시는 제가 지금보다 젊고 혈기왕성하던 시기로 저와 같은 고민으로 방황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생각이었습니다. 책을 내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대다수의 평범한 ADHD인처럼 글쓰기에는 재주도 없고 글을 쓰면서 곤욕스러웠던 기억 밖에 없었으니까요.

 

지금처럼 많은 사람이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저의 이전과 같은 상황에 있는 ADHD인이 조언을 필요로 할 때, 위로와 공감만 하기보다 과거의 저에게 살이 되고 피가 되었던 조언을 떠올리며 마음을 담아 조언해 주었습니다.직설적이어서 아프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없는 말을 하거나 불편한 말을 듣기 좋게 포장해서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그렇게 힘들어할 때, 저를 실질적으로 변화시켰던 말은 듣는 순간에는 조금 불편하더라도 진심과 진정성이 담긴 메시지였습니다. 그런 말들은 제 머릿속에 은은하게 맴돌면서 저를 조금씩 변하게 했습니다. 적어도 무엇이 옳고 그른 지는 판단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렇게 말하는 저 역시 불편한 마음이 왕왕 들었습니다. 그러나 남에게 듣기 좋은 말을 하려고 채팅방을 운영하며 귀한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것도 아닐뿐더러,적어도 과거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내 자녀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을 해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2년이 지나면서 두 가지 느낀 점이 있었습니다.  

1. 고민을 말하는 사람들만 바뀔 뿐, 반복되는 고민이 많다. 정말.

2. 시간이 흐르면서, 같은 고민들에 대한 나의 조언이 점점 달라지고 있다.

(만 4년 전이면 그렇게 세월의 차이 안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세 번의 노화 부스터 중에 한 번이 30대 중반에 있기 때문일까요? 제 경우엔 30대 초반과 후반이라 그런지 차이가 많이 느껴지더군요. 감소한 성호르몬 외에도 결혼을 하고 어린 자녀가 생기니, 마음이 말랑말랑 해진 것도 영향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젊은 10, 20, 30대 청년들에게 필요한 조언은 어쩌면 헝그리 정신이 곁든 직설적이고 불편한 조언일 수도 있는데, 같은 고민에 점점 부드러운 태도가 되어가는 자신을 인지한 후, 저는 조금이라도 젊은 정신이 남아있을 때, 글로 남겨둬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블로그에다가 주기적으로 글을 남겼습니다. 그러다가 인터넷의 어떤 한 글을 보고 출판을 결심하게 되었지요. 이에 대한 이야기는 ADHD지피지기백전불태 제1권 에필로그에 있으니 다들 아실 겁니다.

 

되지도 않는 실력으로 글을 쓰려니, 머리카락 뽑는 행동틱이 도졌고, 뽑힌 한 뭉텅이 머리카락을 보면서 괜히 시작한 건 아닌지 고민도 했습니다. 거기에 저를 진심으로 아끼는 사람들(와이프, 친구, 주치의 등)에게 나이가 들어서 전문의가 된 후에, 책을 쓰는 것도 어떻겠냐는 조언도 많이 들었습니다. (지백이 1권의 수입 역시 현실적으로 가계에 큰 도움이 되지 않기에 와이프 입장에서는 본업을 잠시 멈추고, 시간을 쓰는 모습이 달갑게 보일 수는 없지요.) 하지만 만약 지금보다 훌쩍 나이가 들고 안정적일 때, 지백이 1권을 썼다면, 지금과 결이 많이 달랐을 겁니다.

게다가 아마도 제가 책을 쓸 목적으로 방을 만들고 운영했다면, 제가 그렇게 목적성과 계획성이 뚜렷하고 생산성이 좋은 치밀한 사람이었다면, 많은 ADHD인의 마음을 공감하고 이해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랬다면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니 지백이 1권이 지금처럼 많은 사랑을 받지는 않았겠지요.

누군가의 삶을 바꾸는 그런 책이 될 수 있던 것은, 여러 우연과 주변의 많은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미혼이 아닌, 자녀가 있는 가장이고 나의 선택으로 희생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언제까지 이전처럼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면 안 되겠지요.인생은 불확실성의 연속이기 때문에, ‘지백이 2권 관계 편’역시 서점에 나오기 전까지는 백 퍼센트 확신할 수 없습니다. 또한 ADHD지백이 채팅방이 언제까지나 지속된다고 볼 수도 없지요.

그러니 오늘 지금 여기가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즐겁고 유의미하게 하루를 보낸다면 좋겠습니다. 어쩌다 보니, 지나고 나서 돌이켜보니, 나쁘지 않은, 꽤 괜찮은 그런 선택과 삶의 여정이 되기를 바랍니다.

 

PS: 몇 달에 한번씩 주기적으로 운영진에 계신 한 분이 대화의 로그를 분석해서 업로드해 주시는데요. 살펴보면, 전체 대화 지분에서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건 언제나 ‘kwoo’였습니다. 늘 대화량이 1위인 걸 보면서, “다음에는 꼭 적게 말해서, 1위하지 말아야지.”하고 다짐하지만 매번 1위에 있더군요. 대화방의 규칙이 엄격하기 때문에 참여 인원에 비해서 다들 말을 쉽게 못 하는 것도 있겠지만, 대화에 참여하고 말을 하는 사람들보다 말을 하지 않고 그냥 지켜보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누군가 고민을 올리면 그 한 사람에 국한되는 말만 골라서 하기보다는, 지켜보는 수 백명의 ADHD인에게 끼치는 영향을 고려해서 말을 하게 됩니다. 가끔 고민러의 상황과 직접적인 관계없어 보이거나, 고민의 핀트를 벗어나는 말을 하는 것에 대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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