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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은 근력, 뇌는 정신력

k woo 2022. 2. 26.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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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은 근력, 뇌는 정신력

(본 글은 다듬고 보완되어 출간됨)


우리는 모두가 똑같은 능력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습니다. 누구는 좋은 근육을 가지고 태어나 훈련을 하지 않아도 100kg을 들 수도 있는데 반해 누구는 훈련을 열심히 했을 때 들 수 있는 무게가 최대 70kg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우리는 사람마다 선천적인 근력의 차이가 있음을 받아들이는 게 어렵지 않습니다. 근육의 힘이 근력이듯 뇌의 힘은 정신력입니다. 따라서 정신력 역시 사람마다 선천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이해해야 합니다. 타고난 정신력(인내력, 집중력, 사고력,의지력 등 총괄)이 강한 사람도 있고 타고난 정신력이 비교적 약한 사람도 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저는 이 기질적 차이가 출생 후 가치관이 형성되는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정신력이 아닌 근력을 예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 간단할 줄 알았는데 쓰다 보니까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 등장인물은 A, B, C, D, E 이렇게 총 다섯 명입니다.
- 모든 요소가 중요하기 때문에 잘 따라와야 합니다.

태어날 때부터 힘이 센 A는 최대 80kg을 들 수 있고 비교적 약하게 태어난 B는 최대 50kg을 들 수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A와 B는 동일한 체력시험을 앞두고 있는데 무게가 50kg인 원판을 총 1000미터를 이동시켜야 합니다. 일단 둘 다 원판을 밀기 시작합니다. 힘든 건 둘 다 마찬가지죠. A는 50kg이 매우 무겁긴 하지만 그래도 할 만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B도 온 힘을 다해서 낑낑거리며 원판을 밉니다. B는 A에 비해서 조금 느리고 좀 더 자주 쉬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A와 B가 모두 똑같이 원판을 밀면서 시작했지만 시간이 좀 흐르면서 A는 굴리기도 해보고 당기기도 하면서 자신만의 요령이 생깁니다. 하다 보니 근육도 성장해서 힘도 세집니다. 이런 이유들로 A는 점점 속도가 빨라 집니다. 점점 멀어지는 A를 보면서 초조해진 B는 그렇게 원판을 미는 걸 멈추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옮기는 방법이 없을까?”
“최소한의 힘으로 최대한의 거리를 이동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내 트랙이 울퉁불퉁한건가? A의 트랙은 더 미끄럽게 돼있는 건가?”
“A는 어떻게 점점 빨라지는 걸까? 내가 모르는 좋은 방법을 혼자 알고 있는게 분명해”
“A는 좋겠다. A는 저렇게 하는게 하나도 안 힘들겠지? 내가 A였으면 아마도 저렇게 했을거야”
“아, 나도 A처럼 계속 밀어볼까? 그렇지만 나에겐 너무 너무 힘든 걸.. 엉엉엉 ㅠㅠ”
저는 B가 충분히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B에게는 그 과정이 힘드니까. 너~무 힘이 드니까.
나이와 체력에 맞게 설계된 체력시험으로 해당 나이 평균인 A의 힘에 맞췄으니 힘이 약한 B에겐 매우 힘들었을 겁니다. B라고해서 왜 잘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겠습니까.
이렇게 B가 고민을 하는 순간에도 시간은 계속 흐르고 A는 점점 더 멀어집니다.
그 때, C가 와서 이야기합니다.
“B야, 이런 체력시험 해봤자 아무런 의미 없어. 못해도 괜찮아. 인생에 하나도 도움이 안돼.”
B는 말합니다. “역시 그렇구나, A는 바보네 바보야.”
D가 와서 B에게 말을 합니다.
“B야, 나에게 절반의 힘과 절반의 시간으로 두 배의 거리를 이동하는 비법을 들어볼래?”
B는 시키는 대로 해보는데 당연히 잘 안되죠. B는 왜 안되는지 궁금합니다. 그래서 또 다른 방법은 없는지 방법을 찾아 다닙니다. 유투브도 보고 인터넷 검색도 하고 책도 보고 논문도 봅니다. 그렇게 시간이 계속 흐르고 성인이 된 B는 자신에게 병이 있다는 사실을 우연하게 알게 되고 병원을 갑니다. B는 ‘힘약해병’을 진단받는데 이 병이 있으면 남들에 비해서 근력이 약하게 태어납니다. 치료제를 먹은 B는 놀랍게도 힘이 세집니다. 이제 B는 무려 70kg를 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B가 50kg원판을 밀어보니 이전보다는 수월합니다. B는 처음엔 매우 기뻐하면서 원판을 다시 밀기 시작합니다. 근데 A가 처음에 원판을 미는 게 힘들었던 것처럼 B 역시 마찬가지로 힘이 듭니다. 저 멀리 빨리 가는 A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때 B는 성인이 되기 전에 만들어진 사고과정이 자연스럽게 시작되고 이렇게 생각합니다. ‘단숨에 따라잡고 싶군’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 멀리 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내 신발이 문제일까, 내 장갑을 바꿔볼까”
“다른 마을에는 더 좋은 약이 있다고 했는데 왜 우리 마을에는 없지?”
“A는 처음부터 80kg을 들었는데 난 약을 먹어도 70kg이라니, 약효 있는 거 맞아? 더 먹어볼까?”
이전에 비해서 좀 더 노력하긴 하지만 여전히 인터넷에서 요령을 찾아보고 유투브를 보며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에 갈대처럼 흔들립니다. 따져보면 노력하는 시간 자체는 그렇게 늘어나지 않았고 이전처럼 딴 짓을 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냅니다. 약물치료를 시작하면서 힘이 세지고 목표가 높아진 B는 성과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습니다. 그렇게 B는 점점 지쳐갑니다.
‘원판을 미는 건 내 적성이 아닌가’하고 생각도 해봅니다.
그때 멀리 가던 A가 와서 얘기합니다.
“친구야, 처음엔 다 그래. 나도 옛날에 처음 원판을 움직일 때는 너무 힘들더라. 그래도 꾸역꾸역하다 보니 어느새 힘도 세지고 요령도 생기더라. 너도 할 수 있어. 일단 꾸준하게 해봐”
B는 속으로 생각하죠.
‘네가 힘약해병으로 태어난 사람의 마음을 알아? 너는 처음부터 80kg을 들었으니까 50kg를 미는 건 힘들지도 않았을 걸?’

이제 마지막 등장인물 E가 나옵니다. E는 B와 마찬가지로 힘약해병으로 태어났으며 B처럼 치료 전에는 50kg을 들 수 있었습니다. E도 처음에 50kg인 원판을 미는 게 너무 괴로웠고 숨이 막힐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쉽게 옮길 수 있을지 B와 함께 고민을 나누곤 했지요. E도 치료받으면서 70kg을 들게 됐지만 성과가 나오지 않아 좌절하고 있었습니다. 이 때 E는 A의 진심 어린 조언 듣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계속 살 수는 없어. 저 새끼 말 속는 셈 치고 내가 한번 제대로 따라 해본다.’
그래서 E는 과거에 형성된 사고방식이 떠오를 때마다 잊기 위해서 부단하게 애를 씁니다. 그렇게 E는 A가 시키는 방법대로만 합니다. C의 달콤한 속삭임에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D가 온갖 비법들로 꼬셔도 E는 눈길도 주지 않습니다. 남들이 미련하다고 할 만큼 돌부처처럼 묵묵히 정진합니다. 꾸역꾸역 원판을 밀던 E는 아주 천천히 힘이 세집니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 생각하며 이런 방법, 저런 방법을 시도해보니 자신만의 요령도 생기게 됩니다. 하지만 그 요령은 A의 방식과 다릅니다. A에게는 A의 방식이, E에게는 E의 방식이 있는 것이니까요.
과연 E가 A를 따라잡았을까요? 아니, 완주는 할 수 있었을까요?
그건 모릅니다. 중요하지도 않고요.
중요한 건, E가 했냐, 못했냐가 아니고 그 과정에서 느꼈다는 것입니다.
‘나는 이전의 내가 아니다. 나는 달라졌다.’
‘나는 나 스스로에게 정말 떳떳할 만큼 열심히 했다.’
E가 열심히 했는지 열심히 하지 않았는지 그건 옆에서 보는 친구도 모르고 부모도 모르고 선생도 모릅니다. 하지만 자기 자신은 알죠. 남들은 다 속여도 자기 자신은 못 속입니다.
물론 E가 이렇게 깨달었다고 해도 치료제는 매일 먹어야 하며 50kg원판을 옮기는 것은 여전히 힘이 드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깨달은 마음을 계속 유지하는, ‘초지일관’이란 것은 또 다른 어려움이지요. 게다가 E가 이 체력시험을 완주했다면 다음엔 100kg짜리 원판을 옮기게 되는 체력시험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원래 산을 넘으면 더 큰 산을 넘을 기회가 주어지는 게 현대 사회입니다. (취업의 높은 문을 넘으면 그 문을 넘은 사람들끼리 생존을 위해서 더 처절하게 경쟁하죠)
이렇게 보면 애초에 편하게 살 생각을 하지 않는 게 정신건강에 좋은 것 같네요.
이제 이야기가 끝이 났으니 등장한 친구들을 소개를 하겠습니다.
A는 바른 가치관을 가진 평범한 일반인입니다. B는 꺼벙이이고 C는 내 마음 속에 살고 있는 악마입니다. D는 사기꾼이고 E는 현명이입니다.
근력은 사고력, 판단력, 인내력, 의지력, 주의집중력 등을 포함하는 정신력을 의미합니다. 쓰면 쓸수록 발달하고 안 쓰면 퇴화하는 근육처럼 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이 순간에도 계속 갱신되고 있습니다.

오은영 정신과 전문의 선생님은 “우리는 점수보다 공부했던 과정을 기억합니다.”라고 말하십니다. 즉 우리가 몇 점을 받았는지, 성공을 했는지, 실패를 했는지 그 결과가 우리를 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에게 떳떳하게 ‘나 이번엔 정~말 열심히 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기억이 우리를 성장시킨다는 겁니다.
가치관이 형성되기 이전에 ADHD를 진단받은 소아ADHD와는 다르게 성인ADHD에게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에 이러한 경험이 없거나 희미합니다. 또는 남들에게는 열심히 한 것처럼 보였어도 자기 자신은 정말로 최선을 다한 게 아니란 걸 스스로는 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효율성 중심 또는 쉽게 이루려는 가치관도 단순히 우연으로 보기가 어렵습니다. 우리도 사람이기 때문에 남들처럼 인정받고 싶고 칭찬받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그런데 의자에 가만히 앉아서 책을 뚫어져라 장시간 보는 게 우리에겐 너~무 힘들고 숨막히고 답답하고 괴롭죠.
이렇게 성장기에 형성된 가치관은 성인이 되어서 ADHD로 진단받고 약물치료를 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바뀌지 않습니다. 인지기능은 이전보다 향상됐을 수도 있지만 가치관이 그대로라면 결국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내 삶이 진정으로 변하길 원하신다면 가치관부터 올바르게 가져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2월 19일 강연에서 ‘바른 가치관’에 대해서 두 시간 동안 목이 아프게 이야기한 것이지요. 당시 오셨던 분들께서는 제가 말한 가치관을 듣고 많은 공감과 반성이 되었다며 피드백을 보내주셨습니다. 아래는 그 피드백들 중에 하나의 일부입니다.
“나는 ‘최소한의 자원으로 최대한 많은 결과를 내야 한다’라는 사고방식이 강했다. 극도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나는 대부분 사람들이 이런 생각이지 않나? 이렇지 않은 사람이 있나?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ad의 특징이라고 하더라....(생략)....최소의 노력으로 최고의 결과를 얻는 최적의 타이밍일 때를 기다린다. 이렇게 살려면 기회를 계속 포착해야 한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뭔가를 하면 안 된다. 왜냐하면 지금은 최대한 많은 결과를 낼 타이밍이 아니기 때문이다...(생략)”
우리에게 이런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이제는 떨쳐내야 합니다.
더 이상은 지금처럼 살 수 없다면 정말 간절하게 바뀌고 싶다면 이 책의 어딘가의 ‘두 번째 강연’ 챕터 ‘꺼벙이vs현명이’를 펼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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