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삶

Q 인과관계를 자꾸 따지려고 해요

k woo 2023. 6. 10.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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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정말 한 달간 계획을 잘 지키고 상태도 좋다가

오늘 새벽에 일찍 깼거든요.

잠도 다시 잘 오지 않고 너무 피곤한 상태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오전에 계획들을 하는 동안 점점 힘이 빠지기 시작하더니,

오후부터는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워서 우울하고 무기력하게 있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일어나서는 피곤이 풀리고 컨디션이 돌아와 할 일들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새벽에 깬 건 아토목 부작용 때문에 그런 거 같고 (약 적응기간 동안 계속 중간에 깬 적이 많음)

컨디션이 안 좋으니 항우울제와 @약의 약효가 잘 돌지 않아서 그렇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심리상담선생님께서는 이런 식으로어떤 것때문에이런 것 같다판단을 하지 말라고 하셨거든요.

근데 저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마치 제가 할 수 있는데안 한 것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죄책감으로 힘들어질까봐

본능적으로 판단을 내리는 거 같아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선생님께서 판단을 내리지 말라고 하신 이유가 뭘까요? 그리고 판단으로 제 마음이 편해진다면 이런 사고방식을 계속해도 좋을까요?

 

kwoo: 원래 사람은 그런 경향이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다만 누구는 적게 그렇고 누구는 매우 그렇지요. 그런 일이 있을 때, 마음이 불안한 사람일수록, 그렇게 인과관계나 연관관계를 따지려고 합니다. 타고난 불안도가 높은 사람일 수도 있겠지요, ADHD인은 대체로 불안도가 높은 것과 관련이 있으니까요. 사람은 내가 내 인생을 얼마나 잘 통제할 수 있는지 그 정도에 따라 인생의 행복도에 영향을 준다고 해요. 살면서 누구나 안 좋은 일을 겪기 마련인데 그 일의 원인을 나의 내부에 두고 싶어 합니다. 어제sancheon님의 학창 시절 불량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받은 이야기를 듣고 제가 sancheon님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왜냐하면, sancheon님의 이야기에는 자신이 눈치 없이 행동하는 등 여러 잘못된 행동으로 그런 결과가 생겼다며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 두려 했기 때문이지요. sancheon님도 그렇고 질문자님도 그렇게 뭔가 어떤 일의 원인을 인과관계를 자꾸 파악하려고 하는 것 그리고 그 원인을 자신의 내부로 연결하려는 건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그 일이 다음엔 없게 할 수도 있다'라는 느낌이 들고 싶어서입니다.

 

Q: 와 맞는 거 같아요. 내가 이러한 결론을 냈으니 이것만 안 하면 그 전일을 만회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내재되어있던거 같습니다

 

마음의 법칙이라는 책에서는 통제력을 아래와 같이 3가지로 나눕니다.

1. 어떤 일의 연관성을 내가 알고 있고, 실제로 그것을 내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

2. 내가 좌지우지할 수는 없지만, 그 일과 원인에 대한 연관성을 말하는 것.

3. 좌지우지도 못하고 연관성도 모를 때.

지금 질문자님이 빠진 오류는 2번입니다. 스스로 논리적이라고 납득이 될 때까지(허점 많음) 인과관계를 따져보는 것이죠. 그러면 그 원인을 다음에 내가 피한다면 결과도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맛보게 됩니다.

통제력 3번을 경험할 때 인간은 자신의 무력감을 느끼지요. 불안도가 높은 사람은 견디기가 힘듭니다. 하지만 자신의 인생에서 만족할 만한 통제력을 발휘하는 사람은 "그럴 수도 있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네" 하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질문자님은 어쩌면 자기 인생이 자기 생각대로, 계획대로, 의지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Q: 그럼 좌지우지할 수 없는 일을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계획표가 너무 빡빡하거나 제대로 지키기가 사실 무리가 있어서 실패율이 높다거나 여러 가지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조금 널럴하게 짜는 걸 권장합니다. 그리고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많은 일은 그런 애매한 원인으로 발생합니다. 한두 개의 원인으로 결과가 달라지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그런 비슷한 일들이 일어날 때 계속 그런 사고방식으로 판단하려 하지 마세요. 그냥 느낌을 받아들이세요. 받아들이는 방법은 '마음챙김 훈련 교재=하양이'참고하시고요.

여기까지가 제가 생각할 때 심리학을 전공하신 심리상담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조언 같습니다.

그리고 이제부터 ADHD인으로서 조언을 해드리지요. 아까도 말했지만, 그런 생각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합니다. 많든 적든. 그런데 누구는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 그냥 흘리고, 자기 할 일을 하지만, 누구는 그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해야 할 일을 하는데 방해가 됩니다. 보통 사람은 집중하려고 마음을 먹으면 그 외의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요. ADHD인은 (여기 계신 분들이라면 다 경험하셨겠지만,) 뭔가 집중하려고 해도 자꾸 동시다발적으로 그 일과 관련 없는 생각들이 계속 떠오르게 됩니다. 그래서 그런 애매한 원인에 의한 일들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자꾸 생각이 날 경우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마음챙김'입니다. (이제는 대충 뭘 해야 할지에 대한 대답으로 '마음챙김'을 말하면 10번 중의 8번은 맞는 거 같네요.) 예를 들면 코호흡에 집중하기, 청각에 집중하기, 촉각에 집중하기 등등 여러 방법이 있는데 어떻게 하는지는 하양이 책에 자세하게 나옵니다. 그중에 제가 몇 년 전부터 추천해 드렸던 건, '땀이 날 정도로 숨차게 빨리 걷기'입니다.

지백이 1권에는 제가 22 2월에 했던 강연의 쉬는 시간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오픈 채팅 대화방에 있던 몇 명이 제게 찾아와서 감사하다는 내용이었는데, 그중에 한 명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제가우울증약을 먹어도 증상이 너무 심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고민을 말했는데, 그때 방장님께서 저에게나가서 숨찰 정도로 걸어보세요.”라고 조언했어요. 저는 그 이후로 우울함에 빠질 때마다 주저하지 않고 나가서 걸었어요. 그러다가 매일 나가서 걷고 뛰고 운동을 하는 습관이 생겼고 놀라울 정도로 빨리 호전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말했던 산책하기 역시 마음챙김 훈련의 일종이란 걸 지나고 나서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특정한 감각이나 행동에 의도적으로 주의를 가져오고 유지하려고 애쓰다 보면 딴생각(특히 부정적인 생각)에 빠지는 건 자동으로 감소합니다.

마음챙김 책 아직 안 읽었다면 읽으세요. 그리고 연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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